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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일기16

야당일기_36 믿어주세요 병원일을 하다 보면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당연하게도 좋은 사람들도 있고, 안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어 있다. 모든 보호자들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인지라 사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 하지만 반대로 병원 종사자들도 항상 최선을 다해 환자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1. 요즘 같이 코로나 시기에 요양병원은 가장 민감하게 관리되야 하는 취약시설 중에 한 곳이라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면회를 제한하고, 정말 부득이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면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입원 시에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 많은 보호자들이 이해해주시고 돌아가신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란 임종이 얼마 안남으신 분들을 마지막 가시.. 2022. 8. 12.
야당일기_34 따뜻한 아이스크림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습하고 더운 주말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출입구에 환한 인사말과 함께 인기척이 있어 나가 보니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의 보호자였다. '어? 진짜 오랜만에 오셨네. 아직 환자 분이 병원에 계신가?' "보호자님 너무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얼굴이 환해지셨어요~!" "잘 지내셨죠? 지나가다 생각나서 와봤어요. 부모님 계실 때 잘해주셔서요~" 오늘 찾아온 보호자를 내가 기억하는 이유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우리 병원에서 모셨어서 자주 방문해서 특별히 더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님은 치매셨고 아버님은 암환자셨는데, 어머님께서 아버님은 계속 찾으셔서 한 층에 같이 입원시켜서 매일 볼 수 있게 했었더랬다. 어머님이 다른 사람은 못 알아보시더라도 .. 2022. 7. 11.
야당일기_33 천국은 있다 코로나 시국에 여행도 제대로 못 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짝꿍과 해외를 다녀오게 되었다. 너무 오랜만의 비행기 탑승이다보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하였는데, 오고 가고 하는 내내 관광지에 온 어린아이처럼 비행기 창밖 구경을 하며 신비로운 하늘 세상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때마침 돌아오는 날에 계속적으로 우리 나라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많은 구름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하늘 밑에서는 비가 내릴지 언정 구름 위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정말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요양병원에 근무하다보니 당연하게도 임종하시는 많은 환자들을 보게 되고, 보호자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의사 들과 간호사들이 보호자에게 "고통없이 편하게 잘 가셨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물.. 2022. 6. 30.
야당일기_32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런 날이 있다. 임종하신 환자를 보내드리고, 위독하신 환자의 보호자들 면회를 진행해야 하고, 병동에 소형 산소를 갈아줘야 하고, 위독하진 또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 면회를 또 진행하고, 이 모든 것이 몇 시간 만에 몰려서 왔다. 나는 혼자인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일이 갑자기 몰리는 그런 날이 있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며 모든 업무를 끝내니 시원하면서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게 오늘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기쁜 일이던 나쁜 일이던 한번에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가 있다. 기쁜일이 몰려와 순간의 자만에 빠질 수도 있고 나쁜일이 몰려와 숨조차 쉬기 어려운 절망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날 하루만 사는 것이 아니다. 분명 시간은 지나가고 몰려왔던 일들도 언제 .. 2022. 5. 26.
야당일기_31 선물 뇌출혈로 입원하신지 3일 만에 임종하셨다. 입원할 때부터 이미 많이 안좋으셨던 분이라 어쩌면 3일도 오래 버티신 걸 수도 있었다. 환자분의 상태가 안좋아져서 보호자들께 연락을 드리고, 빠른 시간 안에 아드님이 먼저 오셔서 환자분의 마지막을 지키다가 보내드렸다. 그렇게 환자를 보내드린 후 대기실에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잡고 다른 보호자를 기다리시더라. 잠시 후 도착한 어머니. 마지막 남편 모습을 보고 내려와 아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셨다. "어머니, 너무 슬퍼마세요. 오래 못갈꺼 알고 계셨잖아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저희들 고생하지 말라고 일찍 가신 거 같아요.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자고요" 다독이며 어머니를 위로해주는데, 듣고 있는 내가 찡한 .. 2022. 4. 12.
야당일기_30 너의 이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난 지 2년이 되었지만 사라지기는커녕 변이에 변이에 변이만 더 생겨나서 어느덧 하루 확진자의 숫자가 3만 5천 명을 넘기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300명이었을 때도 벌벌 떨며 조심하자고 했는데 3만 5천 명이라니... 조용해지는 그날이 오기나 할런지 희미하게라도 끝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국가에서 확진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라, 지역 병원들도 일부 동참하여 코로나 확진자들 관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 병원도 재택근무팀이라는 팀을 따로 만들어서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확진자 명단을 가지고 자택격리를 하는 환자들을 모니터링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나는 해당팀은 아니지만 주말 근무 시 조금이나마 도와주려고 환자 등록 같은 단순 업무를 좀 도와주게.. 2022. 2. 15.
야당일기_23 고장 또다시 냉난방기가 고장 났다. 요즘 들어 자주 고장이네. 저녁시간에 냉난방기가 고장나면 업체를 부를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루 지나고 낮 시간에 A/S를 불러야 한다. 그런데 한번 불러서 고치고 나면 또 다른 곳이 고장 나고, 비슷한 오류가 계속되고 이렇게 몇 달을 보냈다. "기계 수명이 다되서 그래요. 바꿀 때가 돼서 기계가 표현하고 있는 거예요." A/S기사님 말로는 병원 특성상 365일 24시간 기계를 10년을 꼬박 돌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고장 나는 거라고 했다. 이제는 부품으로 고치는 게 아니고 새로 교체할 때가 되었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너무 자주 고장 나서 나 조차 따로 임시 교육을 받아 기계를 ON/OFF를 할 수 있어서 다음날 수리 전까지 임시적으로 버틸 수 있게 되었는데.. 2021. 8. 29.
야당일기_10 그 미소 평범한 주말 근무중이었다. 조용한 인적을 깨는 인기척. 주치의 의사선생님이 병실로 갔다. 그리고 얼마 후 보호자도 도착을 했고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환자 분은 하늘 나라로 가셨다. 잠시 후 행정업무를 위해 다시 내려온 보호자. 그런데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다. 이 후의 업무 처리 등의 설명을 해주는데에도 시종일관 온화하고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을 볼 때마다 감사 인사까지 전하고 있다. 업무상 다수의 보호자들을 만나던 나의 느낌에 보호자의 그 미소는 내면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행복한 웃음이라고 느껴졌다. 가식적인 겉치레 웃음이나 짊었던 짐을 던저내고 안심하는 그런 웃음이 아닌, 진정으로 환자를 위했고 생각하며 좋은 곳으로 가셨을꺼라는 확신까지 가지고 있는 진짜 미.. 2021. 6. 3.
야당일기_9 배움 "새로 들어온 총각인가 봐~ 몇 살이야?"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내가 직접 병실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환자들과 마주칠 일이 많이 없지만, 병원에 막 입사했을 때만 해도 원무과가 있는 1층까지 환자분들이 마실 나오듯이 내려와서 쉬시다가 가시곤 했었더랬다. 그 중 한 분께서 처음 본 나를 살갑게 대해주셨는데, 거의 매일 식사를 하신 후에 운동 겸해서 내려오셔서 직원이나 다른 환자들과 수다도 좀 떠시다 다시 올라가시는 거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낯설었던 병원 환경에 좀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고 소소한 병원 정보도 알 수 있었다.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꽤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화를 하시는데, 가끔은 간호사들 험담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유쾌했다. 대부분의 요양병원의 환자들은 장기간 요양을 목.. 2021. 5. 26.
야당일기_8 무연고 유난히 조용했던 밤이 있었다. 미리 업무인계를 받아서 알고는 있었다. 사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고, 잠시 후 작은 장례식장 차량이 고인을 모셔갔다. 평소처럼 보호자들의 대기도, 수납 안내도, 시끌시끌 울먹울먹 한 분위기라곤 단 1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순식간에 끝나 오히려 공허한 복도의 공기만 느껴졌다. 우리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 환자의 마지막 모습이다. 종종 지역주민센터의 복지사님의 연락으로 받게 되는 무연고자 환자들이 있다. 기초수급자임에도 연락하는 가족이 있고 보호자들이 있으신 분들은 환자가 임종하시게 되면 보호자들에게 연락이 가지만, 정말 연락할 곳이 하나도 없는 분들은 이렇게 그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모시게 된다. 환자분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떻.. 2021. 5. 22.
야당일기_7 남자의 눈물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보호자가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후였다. 상태가 좋지 않아 임시로 면회 가능했던 며칠 전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을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보호자는 중년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 2명. 형제 같았다. 단단해 보이는 전체적인 이미지였지만 희끗희끗 흰머리와 주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만큼이나 형제도 나이가 들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병실을 들어가서 아버지를 뵙고 대기실로 내려왔는데, 형제 중 한 분이 눈물을 흘리셨다. 아니, 눈물 흘리는 표현보다 세상 이 떠나가라 흐느끼며 울었다. 원무과에 있던 내가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업무의 특성상 고인을 보내드리는 많은 보호자들을 보게.. 2021. 5. 20.
야당일기_6 어린 보호자 암으로 투병 중이셨던 환자가 임종하셨다. 환자는 69년생 남성. 보호자가 왔다. 누가 봐도 앳되 보이는 20대 남성. 이제 막 전역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짧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받아들여야 했다. 크게 슬퍼하거나 우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입술을 다부지게 물고 담담하게 있는 그 표정을 보노라니 내가 더 안쓰러웠다. 그 마음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임종 이후의 절차를 안내하고 보내드렸다. 앞으로 그는 부모님이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겠지만 그만큼 먼저 더 큰 어른이 되어가겠지. 꽤 오래 전 서른 즈음에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당시 나도 분명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그리고 부모님이 계심에도 괜히 마음이 무겁고 막막했다. 왠지 내가 부모님보다 더 든든하게 옆을 .. 202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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