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민쓰6 야당일기_30 너의 이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난 지 2년이 되었지만 사라지기는커녕 변이에 변이에 변이만 더 생겨나서 어느덧 하루 확진자의 숫자가 3만 5천 명을 넘기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300명이었을 때도 벌벌 떨며 조심하자고 했는데 3만 5천 명이라니... 조용해지는 그날이 오기나 할런지 희미하게라도 끝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국가에서 확진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라, 지역 병원들도 일부 동참하여 코로나 확진자들 관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 병원도 재택근무팀이라는 팀을 따로 만들어서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확진자 명단을 가지고 자택격리를 하는 환자들을 모니터링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나는 해당팀은 아니지만 주말 근무 시 조금이나마 도와주려고 환자 등록 같은 단순 업무를 좀 도와주게.. 2022. 2. 15. 야당일기_29 잘사는 방법 조용한 새벽에 한분이 임종하셨다. 평소처럼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보호자를 기다리며 서류 정리를 하는데, 입원하신 지 11년이 되신 분이었다. 11년이면 병원 개원과 거의 동시에 입원하신 건데, 말 그대로 장기 요양 입원 환자였던 것이다. 연세를 보니 88세. 88년 인생 중에 11년을 병원에 계셨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많은 생각들이 스치게 되었다. 내 인생이라면 어땠을까. 내가 사는 일생중 10년을 병원에서 있어야 한다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그것이 진정 삶의 일부라도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 것일까. 말도 안되는 급사나 사고사가 아닌 이상 많은 환자들은 임종하기 전에 중환자로 누워있다가 가신다. 눈을 뜨지 못해도, 말을 하지는 못해도 환자들은 잘 듣고, 정신도 있으신 분들이라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 2021. 12. 3. 야당일기_28 보호자의 결정 "203호 OOO님 상태가 안 좋으셔서 조금 이따 보호자 오실 거예요. 아마 다른 병원으로 가실 듯합니다. 진료의뢰서 나오면 발급해주시고 사설 엠뷸런스 좀 불러주세요." 중환자실에서 온 전화였다. 환자분의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야 할 상태인가 보다 싶어서 서류 발급 준비를 부지런히 하는 중이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혹시 엠뷸런스 연락하셨나요? 잠시 보류해주세요. 보호자 분이랑 얘기하고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다행히 보호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라 따로 엠뷸런스를 부르지 않았어서 다른 연락이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웬일인지 진료의뢰서도 바로 안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고 한참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내가 먼저 전화를 해서 진행 상황을 물어봤다. "보호자분께서 환.. 2021. 11. 22. 야당일기_25 여기서 이러면 안됩니다. 밤이 지나고 눈 좀 붙였다가 일어날 때쯤, 병동에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여기 O병동인데요, 환자가 술사서 마시면 어떻게 되나요?" 이른 시간부터 꽤나 상기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환자분이 술을 마셔요? 어디서 구했대요?" "새벽에 잠들었을때 몰래 나와서 뒷문 열고 사 오신 거 같아요" 나는 놀랐다. 뒷문은 보통 밤에 외부인이 들어올수 있거나 환자들이 나갈 수 있어서 잠가둔 곳인데 그쪽으로 나갔다고? 해당 환자는 지금 옥상에 있다는 말을 듣고 올라가 보았다. 옥상 가장 구석에서 등을 지고 휠체어에 앉아 종이컵에 술을 따라서 마시고 있었다. 내가 오는 인기척에 후다닥 술병을 밑으로 숨겼지만 그마저도 나에게 너무 잘 보였다. "아버님 지금 뭐 드시고 계세요? 그거 술인데 왜 드시고 계신 건.. 2021. 10. 25. 야당일기_6 어린 보호자 암으로 투병 중이셨던 환자가 임종하셨다. 환자는 69년생 남성. 보호자가 왔다. 누가 봐도 앳되 보이는 20대 남성. 이제 막 전역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짧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받아들여야 했다. 크게 슬퍼하거나 우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입술을 다부지게 물고 담담하게 있는 그 표정을 보노라니 내가 더 안쓰러웠다. 그 마음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임종 이후의 절차를 안내하고 보내드렸다. 앞으로 그는 부모님이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겠지만 그만큼 먼저 더 큰 어른이 되어가겠지. 꽤 오래 전 서른 즈음에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당시 나도 분명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그리고 부모님이 계심에도 괜히 마음이 무겁고 막막했다. 왠지 내가 부모님보다 더 든든하게 옆을 .. 2021. 5. 17. 야당일기_1 요양병원 원무과 야간 당직을 시작하며. 몇 년 전, 특별할 거 없이 회사 생활을 하며 지내던 나는, 열정을 나에게 쓰고 싶어 퇴사를 하고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열정만 있고 지식이 없었던 나는 당연히 생각만큼 잘 될 리가 없었고 생활비를 벌자는 마음으로 소위말하는 '투잡'거리를 찾기 시작하였는데 취업사이트에서 내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요양병원 원무과 야간당직 업무/ 낮에 마켓일 하기에 무리가 없을 거 같았고, 업무강도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기에 지원하였고, 좋은 결과가 있어서 그날부터 투잡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일반 회사의 사무직만 하던 내가 익숙치 않은 병원에서의 근무가 참 낯설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지만 (평소에도 병원을 잘 다니지 않는 타입) 분명 병원 근무 경험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것저것 열심히.. 2021. 5. 4.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