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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투병 중이셨던 환자가 임종하셨다. 환자는 69년생 남성.
보호자가 왔다. 누가 봐도 앳되 보이는 20대 남성. 이제 막 전역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짧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받아들여야 했다. 크게 슬퍼하거나 우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입술을 다부지게 물고 담담하게 있는 그 표정을 보노라니 내가 더 안쓰러웠다. 그 마음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임종 이후의 절차를 안내하고 보내드렸다. 앞으로 그는 부모님이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겠지만 그만큼 먼저 더 큰 어른이 되어가겠지.
꽤 오래 전 서른 즈음에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당시 나도 분명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그리고 부모님이 계심에도 괜히 마음이 무겁고 막막했다. 왠지 내가 부모님보다 더 든든하게 옆을 지켜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들었다. 20대에 부모님을 보내드린 어린 보호자도, 60대에 부모님을 보내드린 우리 아버지도 그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흐르는 세월 속에서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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