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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쓰의 야당일기

야당일기_5 초딩싸움

by 추억먹고사는김씨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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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하지만, 위독하신 환자가 있으면 보호자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경우가 많이 있었다. 대기실이라고 해도 따로 갇혀진 공간이 아니라서 원무과에 앉아 있으면 그들의 대화가 종종 들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위독한 환자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가족 형제간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데, 큰소리가 나는 일도 당연히 다반사였다.

내가 들었던 한 가족의 대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임종이 얼마 안 남으신 분인데, 그 소식에 오랜만에 형제가 모인 듯했다. 누나 셋에 막내아들. 4명 남매의 첫 대화는 큰 누나부터였다.

"그동안 부모님이 너(아들)만 편애해서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뭔가 작심한듯이 그동안 참았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게 들렸다. 다른 누나 2명도 동조하며 막냇동생을 나무랐는데, 그 이야기는 초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

"내가 너 음식 먹을때도 먼저 양보해줬다." "학교 다닐 때 너 업어서 키웠다". "우리만 고생하고 너는 항상 부모님이 이뻐했다" 등등 언뜻 만 들어도 유치하 다 못해 아이들이 싸울 법한 대화 내용이 고성으로 들렸다.
남자 또한 지지 않고 같이 싸우니 소리는 점점 커지고 우애는 점점 갈라지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우애는 없었다는 게 맞을지도.
"누나는 아버지 아프실때 평소에 오기나 했었냐." "받은 만큼 모시고 있지 않냐." "어릴 때 심부름은 다 내가 하지 않았냐. 우유 맨날 내가 사 왔다." 정말 듣고만 있어도 민망한 이야기들. 그러나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결국 유산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의 재산 문제. 정말 돈 앞에선 한없이 유치해질 수도 있구나..

'당신네들 아버지 아직 안돌아가셨다네' - 내 마음의 소리

환자 본인은 알고 있을까. 내가 누워서 삶의 마지막을 병원에 누워서 있는데 밑에서 자식들은 저렇게 싸우고 있는지를. 분명 알고 있다면 신체적인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떠나시겠지..

어디선가 들어봤던 돈 앞에서 형제자식도 없다던 이야기. It's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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