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원무과야간당직3

야당일기_14 원한다면 보내드리리 "수고하십니다. 신고받고 방문하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근무 중이었는데,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의 경찰관이 병원으로 방문한 것이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신고요?" "네. 목소리가 여성분인데 환자분 같더라구요, 직원들이 때린다고 전화 주셨어요. 6층이라고 하셨고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보통 병실에서 소동이 일어나면 나한테도 연락이 오는데 조용했으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일단 그럴 리 없다고 했는데, 신고를 받은 이상 연락하신 분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해서 같이 6층으로 올라갔다. 과연 6층의 한 병실은 늦은 시간임에도 시끌시끌하였다. 경찰과 함께 병실에 가보니 환자 한 분과 다른 직원들과 싸움 중이었다. "어머님, 경찰입니다. 어머님이 신고하셨나.. 2021. 6. 30.
야당일기_11 기저귀 "여기 5층인데요, 환자분 컨트롤이 안돼서 연락드렸어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전화를 받고 얼른 올라갔다. 환자들이 자고 있을 시간임에도 불이 켜져 있는 병실을 가보니, 환자와 직원과의 실랑이가 한참이었다. 간병사분은 이미 지친 표정이었고, 간호사도 힘든 표정으로 나를 보며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었다. "어머니, 원무과 직원입니다. 무슨일로 아직 안주무세요? 어디 불편한 거 있으세요?" "아몰라~ 괜찮다는데 왜 그래~ 안 할 거야 안 해!" 심한 짜증과 강력한 거부의 어조로 큰소리 내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는데 원인은 바로 기저귀.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기저귀를 착용해야 되는데, 본인은 착용하기 싫어서 계속 실랑이 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침대 시트는 이미 소변으로 젖어있는 상태였다. "내가 괜찮다는.. 2021. 6. 9.
야당일기_8 무연고 유난히 조용했던 밤이 있었다. 미리 업무인계를 받아서 알고는 있었다. 사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고, 잠시 후 작은 장례식장 차량이 고인을 모셔갔다. 평소처럼 보호자들의 대기도, 수납 안내도, 시끌시끌 울먹울먹 한 분위기라곤 단 1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순식간에 끝나 오히려 공허한 복도의 공기만 느껴졌다. 우리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 환자의 마지막 모습이다. 종종 지역주민센터의 복지사님의 연락으로 받게 되는 무연고자 환자들이 있다. 기초수급자임에도 연락하는 가족이 있고 보호자들이 있으신 분들은 환자가 임종하시게 되면 보호자들에게 연락이 가지만, 정말 연락할 곳이 하나도 없는 분들은 이렇게 그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모시게 된다. 환자분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떻.. 2021. 5. 22.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