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십니다. 신고받고 방문하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근무 중이었는데,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의 경찰관이 병원으로 방문한 것이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신고요?"
"네. 목소리가 여성분인데 환자분 같더라구요, 직원들이 때린다고 전화 주셨어요. 6층이라고 하셨고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보통 병실에서 소동이 일어나면 나한테도 연락이 오는데 조용했으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일단 그럴 리 없다고 했는데, 신고를 받은 이상 연락하신 분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해서 같이 6층으로 올라갔다.
과연 6층의 한 병실은 늦은 시간임에도 시끌시끌하였다. 경찰과 함께 병실에 가보니 환자 한 분과 다른 직원들과 싸움 중이었다.
"어머님, 경찰입니다. 어머님이 신고하셨나요? 무슨 일이신가요?"
"경찰관님, 어서 오세요. 여기 직원들이 나를 때려요. 못 움직이게 묶어놔요. 자꾸 아무것도 못하게 해요."
환자는 그렇게 말했지만 침대 위에 있는 환자의 모습에는 그 어디에도 구타와 묶인 흔적이 없었다. 경찰관 중 여성분은 신고한 환자 분과 대화를 하고 다른 경찰분은 간호사들과 대화를 하였다.
"어떤 상황이신가요?"
간호사와 간병인의 말인즉슨 늦은 시간임에도 병원 밖에 나가려고 떼쓰고 다른 환자들 못 자게 소리치고 욕설 뱉고 있는 중이라 진정시키는 중이었다고 한다. 사실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평소에도 같은 병실 환자들에게도 못되게 굴고 난리 치기로 유명한 환자였던 것이다.
경찰관 두 명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도 주변 상황들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음을 나는 느꼈다. 그리고 여성 경찰관은 그 환자를 아는 눈치였다.
"어머니, 복지사님께서 요양병원으로 가셨다더니 여기로 오셨네요. 여기서 잘 지내보시지 왜 그러세요~"
사실 환자는 무연고 기초수급대상자인데, 집에 혼자 지내기도 어렵고 건강이 안 좋아져서 며칠 전에 우리 병원으로 입원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전부터 여러 가지로 문제를 일으키는 분이라 경찰 쪽에서도 이미 알고 계셨던 분이었던 것이었다. 경찰들도 본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듯 하자 이내 더 큰 소리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나갈꺼야 나간다고~! 내가 나간다는데 왜 못 나가게 해~! 이 사람들이 나 때렸어. 경찰이면 이 사람들 잡아가야지 왜 내 말 안 듣는 거야!!"
침상을 발로 차면서 마치 떨어질 것처럼 위협을 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경찰이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나서야 환자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
"어머님, 경찰이라고 무조건 이렇게 신고해서 떼쓴다고 잡아가거나 그럴 수 없어요. 어머님이 이렇게 더 크게 소란 피우시면 오히려 어머님이 경찰서에 가실 수 있습니다."
분위기가 좀 진정된 후에야 내가 끼어들만한 틈이 생겼다. 일단 경찰분들과도 잘 이야기해서 특이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는 판단에 돌아가게 하였고, 환자에게도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불만사항이 있다면 내일 과장님께 보고할 테니 상담받으시라고 안정시켜놓고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원무과장님께 보고 하였고, 그 환자 분은 과장님과 상담 후 결국은 퇴원 처리를 하고 병원을 나가게 되었다.
병원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지내는 곳인데, 본인만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피해를 입히는 환자라면 환자가 원하는 대로 퇴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사실은 궁금하지도 않지만, 분명한 건 우리 삶에 있어 '자업자득'의 논리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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