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환자실 XXX님 위독하셔서 보호자분께 연락했습니다. 거리가 좀 있으셔서 오시는데 시간 걸릴 거예요."
병실에서 이런 연락이 오면 나는 주로 환자의 수납 내용, 이 전에 발급됐던 진단서 등을 보면서 보호자가 왔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미리 준비를 하는 편이다. 위독하시다는 말은 금방 곧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시는 보호자들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지막을 옆에서 지키시고 싶은 마음으로 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게 전화를 받고 거의 2시간 정도 지나서 보호자들이 왔는데, 뒤로 이어서 침상을 끌고 들어오시는 분이 계셨다.
"어떻게 오셨나요?"
그러자 앞에 보호자가 말을 하였다.
"장례식장 차예요. 저희랑 같이 왔어요"
'응???'
"환자분이 사망하셨다고 연락이 왔나요?" 나는 내가 병실로부터 소식을 못 들었나 싶어 보호자 분께 물어봤다.
"아니오? 따로 연락받은 건 없는데 사망하셨나요?" 다시 나에게 되묻는 보호자.
'???'
혹시나 해서 중환자실에 연락을 해보았는데 아까처럼 위독하시긴 하지만 아직 돌아가시지는 않았다고 연락을 받았다. 보호자분께 이야기해서 장례식장 직원은 대기실에 계시고 보호자만 면회할 수 있도록 올려 보냈다.
잠시 뒤에 면회를 끝낸 보호자가 대기실로 내려왔고, 그때부터는 계속 대기실에서 말 그대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장례식장의 기사님도 함께.
보통의 경우라면 환자의 상태가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 집에 돌아가셨다가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할 텐데, 편도 약 2시간 거리에서 오셨고 아예 장례식장 차까지 같이 왔으니 집으로 돌려보내지도 못하고 대기실에서 계속 있을 수 있게 안내를 하였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살짝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보호자는 어떤 마음일까? 마음의 준비를 조금 일찍 하신 걸까? 정말 단순하게 먼 곳에서 오는 거라 빠른 일처리를 위해서? 그게 아니라면... 환자가 빨리 돌아가시길 바라는 걸까?
어떤 이유가 되었지 간에 환자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는 보호자의 마음은 분명 편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1분 1초가 당사자에겐 얼마나 긴 시간일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환자는 임종하셨고, 기다리고 있던 장례식장 기사님이 환자를 모시고 가고, 대기하는 내내 무표정과 침묵으로 앉아있던 보호자도 조용히 퇴원 처리 마무리를 하였다.
사람은 미래를 알지 못한다. 내 사람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보호자의 마음. 분명 좋은 감정은 아니기에 오늘도 조용히 환자와 보호자의 안녕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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