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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일기22

야당일기_37 마무리 그리고 끄적임 오랜만에 야당일기를 위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작년 하반기에 4년 넘게 다니던 요양병원 당직 근무를 그만두었다.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2022년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기도 했고, 야간 근무로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나는 퇴사를 결심하였다. 초반에 한번 언급하기도 했지만 나는 이 일을 하기 전에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고 있었다. 잘 다니던 일반 회사를 그만두고 커다란 기대감과 열정으로 시작한 온라인 마켓이었지만, 역시 혼자 사장이 되어 무엇을 한다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더랬다. 티브이에서 봤던,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야' 라는 문구가 생각났던 시기였다. 그래도 꾸준히 묵묵하게 나만의 일을 진행했고, 마켓 일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다.. 2023. 1. 16.
야당일기_36 믿어주세요 병원일을 하다 보면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당연하게도 좋은 사람들도 있고, 안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어 있다. 모든 보호자들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인지라 사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 하지만 반대로 병원 종사자들도 항상 최선을 다해 환자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1. 요즘 같이 코로나 시기에 요양병원은 가장 민감하게 관리되야 하는 취약시설 중에 한 곳이라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면회를 제한하고, 정말 부득이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면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입원 시에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 많은 보호자들이 이해해주시고 돌아가신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란 임종이 얼마 안남으신 분들을 마지막 가시.. 2022. 8. 12.
야당일기_35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여보세요,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근무 중에 어느 노인께서 찾아오셨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아내가 여기 입원 중인데 어제부터 핸드폰으로 연락이 안 되네요. 무슨 일 있는지 걱정돼서 와봤어요." 가끔 환자분들과 연락이 안되서 궁금하거나 걱정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고 환자분의 성함 확인해서 해당층 간호사와 연락을 하였다. "연락이 안되실 때는 보통 배터리가 충전이 안돼서 꺼져있거나, 무음으로 바뀌어서 전화 온 줄 모르셨을 가능성이 크니깐 제가 가서 확인하고 보호자분께 전화하시라고 전달드릴게요" 간호사님의 내용을 보호자분께 전달드리니, 그럼 잠시 기다리겠다고 하셔서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병실에 아무 제재 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아.. 2022. 8. 7.
야당일기_31 선물 뇌출혈로 입원하신지 3일 만에 임종하셨다. 입원할 때부터 이미 많이 안좋으셨던 분이라 어쩌면 3일도 오래 버티신 걸 수도 있었다. 환자분의 상태가 안좋아져서 보호자들께 연락을 드리고, 빠른 시간 안에 아드님이 먼저 오셔서 환자분의 마지막을 지키다가 보내드렸다. 그렇게 환자를 보내드린 후 대기실에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잡고 다른 보호자를 기다리시더라. 잠시 후 도착한 어머니. 마지막 남편 모습을 보고 내려와 아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셨다. "어머니, 너무 슬퍼마세요. 오래 못갈꺼 알고 계셨잖아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저희들 고생하지 말라고 일찍 가신 거 같아요.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자고요" 다독이며 어머니를 위로해주는데, 듣고 있는 내가 찡한 .. 2022. 4. 12.
야당일기_23 고장 또다시 냉난방기가 고장 났다. 요즘 들어 자주 고장이네. 저녁시간에 냉난방기가 고장나면 업체를 부를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루 지나고 낮 시간에 A/S를 불러야 한다. 그런데 한번 불러서 고치고 나면 또 다른 곳이 고장 나고, 비슷한 오류가 계속되고 이렇게 몇 달을 보냈다. "기계 수명이 다되서 그래요. 바꿀 때가 돼서 기계가 표현하고 있는 거예요." A/S기사님 말로는 병원 특성상 365일 24시간 기계를 10년을 꼬박 돌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고장 나는 거라고 했다. 이제는 부품으로 고치는 게 아니고 새로 교체할 때가 되었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너무 자주 고장 나서 나 조차 따로 임시 교육을 받아 기계를 ON/OFF를 할 수 있어서 다음날 수리 전까지 임시적으로 버틸 수 있게 되었는데.. 2021. 8. 29.
야당일기_20 어느날 갑자기 환자 한 분이 임종하셨다. 그가 우리 병원에 있던 기간은 단 3일. 보호자분이 도착했고, 환자의 마지막을 보시고 내려왔다. 보호자는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 환자가 처음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임종하신 오늘까지 총 입원 기간이 한달이 안되었다고 한다. 나이가 좀 있으시긴 했지만 그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 이렇게 금방 돌아가실지 예상을 못했다고 하셨다. 어디 장례식장으로 모셔야 할지 이다음에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보호자는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운 장례식장으로 환자를 모시고 갔다. 요양 병원 특성상 삶의 마지막에 가까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있기에 많은 보호자들은 항상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2021. 7. 26.
야당일기_19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래 (요양병원 면회) 띠리리리~ 띠리리리~ "안녕하십니까, OOO요양병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죄송합니다. 현재 코로나 상황 때문에 면회가 전면 금지입니다. 면회 가능 일정은 아직 미정이고요, 상황 지켜보고 가능하게 되면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보호자와 환자가 생이별을 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또다시 심해졌다. 곧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겨우 버텼는데 또다시 면회 완전금지가 되었다. 요즘 문의 전화가 오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이 "죄송합니다"로 시작한다. 특히 주말의 경우에는 전화만 받다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코로나 시절 이전에는 면회도 마음대로 하고 보호자 출입도 자유로웠고, 외출 외박도 아무렇지 않게 가능했다. 원무과에 앉아서 특별히 크게 출입자 관리도.. 2021. 7. 16.
야당일기_18 요양병원 입원 상담하기 앞에 말했듯이 요양병원과 요양원 중 환자에 맞는 환경과 목적에 맞게 정했다면, 먼저 입원 상담부터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일반 직원이라 입원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야간 당직은 항상 혼자 있기 때문에 1차 상담은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의 입장과 상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입원 상담에 대해 짧게 적어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1. 병원직원(상담자) 직원의 입장에서 입원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는 크게 전화 상담과 방문 상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요즘 시기는 면회 자체도 안되기 때문에 입원 상담을 위해 보호자가 방문을 하더라도 병실 내부나 시설을 보여드릴 순 없다. 사실 직접 보여드리면서 설명을 해드리는 게 좋긴 하지만 이 부분은 너.. 2021. 7. 12.
야당일기_14 원한다면 보내드리리 "수고하십니다. 신고받고 방문하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근무 중이었는데,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의 경찰관이 병원으로 방문한 것이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신고요?" "네. 목소리가 여성분인데 환자분 같더라구요, 직원들이 때린다고 전화 주셨어요. 6층이라고 하셨고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보통 병실에서 소동이 일어나면 나한테도 연락이 오는데 조용했으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일단 그럴 리 없다고 했는데, 신고를 받은 이상 연락하신 분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해서 같이 6층으로 올라갔다. 과연 6층의 한 병실은 늦은 시간임에도 시끌시끌하였다. 경찰과 함께 병실에 가보니 환자 한 분과 다른 직원들과 싸움 중이었다. "어머님, 경찰입니다. 어머님이 신고하셨나.. 2021. 6. 30.
야당일기_13 5cm의 높이 우리 병원에는 투석을 받으시는 환자들이 가끔 계신다. 투석실이 없는 병원이지만 길만 바로 건너면 맞은편 병원에 투석실이 있어서 그곳에서 투석을 하시고 우리 병원에서 지내는 환자분이 있다. 아주 가끔 내가 근무할 때 시간이 맞으면 건너편 병원까지 직접 휠체어를 끌어서 안내해드리곤 하는데, 처음으로 휠체어라는 것을 끌어보게 되었다. 진짜 한달에 몇 번 없는 일이지만 덕분에 여러 가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경사의 중요성 - 걸어다닐때는 몰랐지만 휠체어로 다닐 때는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환자가 쓰러질 수가 있다. 높은 경사가 있다면 뒤로 돌려서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 고작 5cm의 문턱도 누군가에겐 버거울 수 있다 - 작은 턱이라도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휠체어로는 지나가기 쉽지 않다. 다행히도 모든.. 2021. 6. 16.
야당일기_12 100세시대 임종하신 환자의 차트가 내려와서 정리하는데 주민번호 20년대생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거의 한 세기를 살아오신 분이라 생각하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주변에 이만큼 장수하신 분이 흔치 않아서 더 눈에 들어왔던 거 같다. 잠시 후 연로하신 두 분이 오셨는데 보호자였다. 서류 확인차 신분증을 확인할 일이 있어서 보니 44년생. 환자 분의 자녀였다. 형제로 보이는 두 분은 어머니의 임종 순간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 하셨다. 나는 절차대로 사망진단서 작성을 위해 간단한 내용 확인 및 수납을 진행하였는데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평소보다 좀 더 신경 써서 보호자 분들을 대할 수밖에 없었다. 한 분은 청각도 좋지 않으셔서 형제가 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도 쉽지는 않았다. 잠시 후 보호자들의 상조.. 2021. 6. 13.
야당일기_11 기저귀 "여기 5층인데요, 환자분 컨트롤이 안돼서 연락드렸어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전화를 받고 얼른 올라갔다. 환자들이 자고 있을 시간임에도 불이 켜져 있는 병실을 가보니, 환자와 직원과의 실랑이가 한참이었다. 간병사분은 이미 지친 표정이었고, 간호사도 힘든 표정으로 나를 보며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었다. "어머니, 원무과 직원입니다. 무슨일로 아직 안주무세요? 어디 불편한 거 있으세요?" "아몰라~ 괜찮다는데 왜 그래~ 안 할 거야 안 해!" 심한 짜증과 강력한 거부의 어조로 큰소리 내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는데 원인은 바로 기저귀.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기저귀를 착용해야 되는데, 본인은 착용하기 싫어서 계속 실랑이 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침대 시트는 이미 소변으로 젖어있는 상태였다. "내가 괜찮다는..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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