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야당일기22 야당일기_10 그 미소 평범한 주말 근무중이었다. 조용한 인적을 깨는 인기척. 주치의 의사선생님이 병실로 갔다. 그리고 얼마 후 보호자도 도착을 했고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환자 분은 하늘 나라로 가셨다. 잠시 후 행정업무를 위해 다시 내려온 보호자. 그런데 표정이 무척이나 밝았다. 이 후의 업무 처리 등의 설명을 해주는데에도 시종일관 온화하고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을 볼 때마다 감사 인사까지 전하고 있다. 업무상 다수의 보호자들을 만나던 나의 느낌에 보호자의 그 미소는 내면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행복한 웃음이라고 느껴졌다. 가식적인 겉치레 웃음이나 짊었던 짐을 던저내고 안심하는 그런 웃음이 아닌, 진정으로 환자를 위했고 생각하며 좋은 곳으로 가셨을꺼라는 확신까지 가지고 있는 진짜 미.. 2021. 6. 3. 야당일기_9 배움 "새로 들어온 총각인가 봐~ 몇 살이야?"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내가 직접 병실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환자들과 마주칠 일이 많이 없지만, 병원에 막 입사했을 때만 해도 원무과가 있는 1층까지 환자분들이 마실 나오듯이 내려와서 쉬시다가 가시곤 했었더랬다. 그 중 한 분께서 처음 본 나를 살갑게 대해주셨는데, 거의 매일 식사를 하신 후에 운동 겸해서 내려오셔서 직원이나 다른 환자들과 수다도 좀 떠시다 다시 올라가시는 거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낯설었던 병원 환경에 좀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고 소소한 병원 정보도 알 수 있었다.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꽤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대화를 하시는데, 가끔은 간호사들 험담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유쾌했다. 대부분의 요양병원의 환자들은 장기간 요양을 목.. 2021. 5. 26. 야당일기_8 무연고 유난히 조용했던 밤이 있었다. 미리 업무인계를 받아서 알고는 있었다. 사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고, 잠시 후 작은 장례식장 차량이 고인을 모셔갔다. 평소처럼 보호자들의 대기도, 수납 안내도, 시끌시끌 울먹울먹 한 분위기라곤 단 1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순식간에 끝나 오히려 공허한 복도의 공기만 느껴졌다. 우리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 환자의 마지막 모습이다. 종종 지역주민센터의 복지사님의 연락으로 받게 되는 무연고자 환자들이 있다. 기초수급자임에도 연락하는 가족이 있고 보호자들이 있으신 분들은 환자가 임종하시게 되면 보호자들에게 연락이 가지만, 정말 연락할 곳이 하나도 없는 분들은 이렇게 그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모시게 된다. 환자분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떻.. 2021. 5. 22. 야당일기_7 남자의 눈물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보호자가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후였다. 상태가 좋지 않아 임시로 면회 가능했던 며칠 전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을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보호자는 중년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 2명. 형제 같았다. 단단해 보이는 전체적인 이미지였지만 희끗희끗 흰머리와 주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만큼이나 형제도 나이가 들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병실을 들어가서 아버지를 뵙고 대기실로 내려왔는데, 형제 중 한 분이 눈물을 흘리셨다. 아니, 눈물 흘리는 표현보다 세상 이 떠나가라 흐느끼며 울었다. 원무과에 있던 내가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업무의 특성상 고인을 보내드리는 많은 보호자들을 보게.. 2021. 5. 20. 야당일기_6 어린 보호자 암으로 투병 중이셨던 환자가 임종하셨다. 환자는 69년생 남성. 보호자가 왔다. 누가 봐도 앳되 보이는 20대 남성. 이제 막 전역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짧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받아들여야 했다. 크게 슬퍼하거나 우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입술을 다부지게 물고 담담하게 있는 그 표정을 보노라니 내가 더 안쓰러웠다. 그 마음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임종 이후의 절차를 안내하고 보내드렸다. 앞으로 그는 부모님이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겠지만 그만큼 먼저 더 큰 어른이 되어가겠지. 꽤 오래 전 서른 즈음에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당시 나도 분명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그리고 부모님이 계심에도 괜히 마음이 무겁고 막막했다. 왠지 내가 부모님보다 더 든든하게 옆을 .. 2021. 5. 17. 야당일기_5 초딩싸움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하지만, 위독하신 환자가 있으면 보호자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경우가 많이 있었다. 대기실이라고 해도 따로 갇혀진 공간이 아니라서 원무과에 앉아 있으면 그들의 대화가 종종 들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위독한 환자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가족 형제간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데, 큰소리가 나는 일도 당연히 다반사였다. 내가 들었던 한 가족의 대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임종이 얼마 안 남으신 분인데, 그 소식에 오랜만에 형제가 모인 듯했다. 누나 셋에 막내아들. 4명 남매의 첫 대화는 큰 누나부터였다. "그동안 부모님이 너(아들)만 편애해서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뭔가 작심한듯이 그동안 참았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게 들.. 2021. 5. 16. 야당일기_4 고요한 밤 요양병원에서 야간 당직 업무는 어찌 보면 쉽게 볼 수 있고, 다르게 보면 어렵기도 하다. 본인이 얼만큼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업무가 힘들 수도 또는 쉽기도 한 거 같다. 요양병원은 응급실이 없고, 병실은 당연하게도 3교대 근무를 하지만 원무과나 식당, 재활치료실 등등의 다른 부서는 일과 시간이 지나면 모두 퇴근을 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원무과는 나 혼자 지키게 된다. 다른 부서가 모두 퇴근을 했다고 해서 병원을 닫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원무과에서 저녁 늦게라도 찾아오시는 보호자 응대, 입원 상담, 밤사이 생길 수 있는 응급 상황 대기 및 서류 발급, 시설 점검 및 산소 교체 등등의 근무 시간에 꽤나 다양한 업무를 해야 한다. 운이 좋은 날은 몇몇가지 일을 제외하고 아주 조용하게 시간을 보.. 2021. 5. 9. 야당일기_3 사람 사는 이야기 내 업무 중에 하나는 밤 사이에 타 병원으로 전원(응급실) 가시거나, 사망하신 분이 생기면 관련된 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일이 있다. 요양병원이라는 병원 특성상 연로하신 어르신들도 많고 아픈 병마와 싸우시는 분들, 의식이 없는 중환자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병원보다는 죽음이라는 갈림길을 지나는 상황을 자주 맞이하게 되는데, 특히 깊은 밤이나 새벽에 돌아가시는 환자들이 많다. 정말 가끔은 정말 저승사자라는 존재가 있고, 그들이 좋아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가 싶기도 할 때가 종종 있을 정도로 밤 사이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환자들을 보내드려야 하는 가족들, 보호자들. 환자의 임종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참 다양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그래도 모든 보호자의 마음들.. 2021. 5. 5. 야당일기_2 모두가 잠든시간 환자가 입원에 있는 이곳은 24시간 365일 교대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비록 바깥세상이 캄캄하고 잠이 든 시간일지라도. 혼자서 업무를 하는 공간에서 밤을 지내는 것도 아직은 어색했을 때, 3교대를 하며 밤을 지새우고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이 멋지게 느껴졌다. 저분들이 한 명 한 명 정성으로 시간을 지키는 덕분에 환자들 또는 그 보호자들이 오늘도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음에 오늘도 늦은 시간 밤을 지새우는 많은 병원 관계자분들께 항상 대단하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부모님을 포함한 가까운 친척과 지인들 중에 크게 아프신 분이 없어서 병원을 많이 안 접해봤던 나에겐 이 일을 하면서 처음 느낀 것이 이런 감사함이었고, 그래서 더 멋있게 보였다. 그리고 비록 큰 일은 아니지만 나 또.. 2021. 5. 4. 야당일기_1 요양병원 원무과 야간 당직을 시작하며. 몇 년 전, 특별할 거 없이 회사 생활을 하며 지내던 나는, 열정을 나에게 쓰고 싶어 퇴사를 하고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열정만 있고 지식이 없었던 나는 당연히 생각만큼 잘 될 리가 없었고 생활비를 벌자는 마음으로 소위말하는 '투잡'거리를 찾기 시작하였는데 취업사이트에서 내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요양병원 원무과 야간당직 업무/ 낮에 마켓일 하기에 무리가 없을 거 같았고, 업무강도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기에 지원하였고, 좋은 결과가 있어서 그날부터 투잡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일반 회사의 사무직만 하던 내가 익숙치 않은 병원에서의 근무가 참 낯설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지만 (평소에도 병원을 잘 다니지 않는 타입) 분명 병원 근무 경험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것저것 열심히.. 2021. 5. 4. 이전 1 2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