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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쓰의 야당일기

야당일기_7 남자의 눈물

by 추억먹고사는김씨 202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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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보호자가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후였다. 상태가 좋지 않아 임시로 면회 가능했던 며칠 전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을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보호자는 중년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 2명. 형제 같았다. 단단해 보이는 전체적인 이미지였지만 희끗희끗 흰머리와 주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만큼이나 형제도 나이가 들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병실을 들어가서 아버지를 뵙고 대기실로 내려왔는데, 형제 중 한 분이 눈물을 흘리셨다. 아니, 눈물 흘리는 표현보다 세상 이 떠나가라 흐느끼며 울었다. 원무과에 있던 내가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업무의 특성상 고인을 보내드리는 많은 보호자들을 보게 되고, 그중에 당연히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많이 봐왔지만, 저 보호자는 정말 가슴 깊은 곳부터 울고 있는 게 전해졌다.
특히 남자 보호자가 눈물을 흘리는 일도 흔하지 않았는데,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결코 약해보이지 않는 외모의 소유자가 억장 무너지는 소리로 흐느끼니 나까지도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었다. 그는 분명 평소에도 지극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위하고 모셨을 것이다.

한동안 그렇게 하염없이 있는 동안 나는 기다렸다. 행정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보호자의 마음을 추스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깐. 그렇게 조금 진정이 되었고 병원에서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고인을 보내드렸는데, 한동안 그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식이 마지막을 지키지는 못하였지만 아버님은 분명 살아 생전 형제 때문에 행복하신 인생을 사셨을지어다. 그 남자의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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