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민쓰의 야당일기38 야당일기_38 간단한 장례식 절차, 조문하기 요양병원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임종하시는 환자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간혹 보호자들이 환자의 임종하신 후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셔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장례식의 절차는 종교, 지역마다 혹은 가족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병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간단한 절차를 나열해 보려 하니, 완전 처음이라 막막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나 이해가 되는 정도로 봐주면 좋을 듯하다. 1. 장례식은 죽은 이를 저승으로 보내주기 위한 의식, 예식을 말한다. 일단 환자가 임종을 하게되면 임종을 한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게 된다. 만약 병원이 아닌 외부에서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한 경우라면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가 끝난 후에 사망진단서가 발급된다. 사망진단서는 사람이 의학적으로 사망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로, 추.. 2023. 1. 21. 야당일기_37 마무리 그리고 끄적임 오랜만에 야당일기를 위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작년 하반기에 4년 넘게 다니던 요양병원 당직 근무를 그만두었다.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2022년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기도 했고, 야간 근무로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나는 퇴사를 결심하였다. 초반에 한번 언급하기도 했지만 나는 이 일을 하기 전에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고 있었다. 잘 다니던 일반 회사를 그만두고 커다란 기대감과 열정으로 시작한 온라인 마켓이었지만, 역시 혼자 사장이 되어 무엇을 한다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더랬다. 티브이에서 봤던,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야' 라는 문구가 생각났던 시기였다. 그래도 꾸준히 묵묵하게 나만의 일을 진행했고, 마켓 일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다.. 2023. 1. 16. 야당일기_36 믿어주세요 병원일을 하다 보면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당연하게도 좋은 사람들도 있고, 안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어 있다. 모든 보호자들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인지라 사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 하지만 반대로 병원 종사자들도 항상 최선을 다해 환자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1. 요즘 같이 코로나 시기에 요양병원은 가장 민감하게 관리되야 하는 취약시설 중에 한 곳이라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면회를 제한하고, 정말 부득이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면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입원 시에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 많은 보호자들이 이해해주시고 돌아가신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란 임종이 얼마 안남으신 분들을 마지막 가시.. 2022. 8. 12. 야당일기_35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여보세요,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근무 중에 어느 노인께서 찾아오셨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아내가 여기 입원 중인데 어제부터 핸드폰으로 연락이 안 되네요. 무슨 일 있는지 걱정돼서 와봤어요." 가끔 환자분들과 연락이 안되서 궁금하거나 걱정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고 환자분의 성함 확인해서 해당층 간호사와 연락을 하였다. "연락이 안되실 때는 보통 배터리가 충전이 안돼서 꺼져있거나, 무음으로 바뀌어서 전화 온 줄 모르셨을 가능성이 크니깐 제가 가서 확인하고 보호자분께 전화하시라고 전달드릴게요" 간호사님의 내용을 보호자분께 전달드리니, 그럼 잠시 기다리겠다고 하셔서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병실에 아무 제재 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아.. 2022. 8. 7. 야당일기_34 따뜻한 아이스크림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습하고 더운 주말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출입구에 환한 인사말과 함께 인기척이 있어 나가 보니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의 보호자였다. '어? 진짜 오랜만에 오셨네. 아직 환자 분이 병원에 계신가?' "보호자님 너무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얼굴이 환해지셨어요~!" "잘 지내셨죠? 지나가다 생각나서 와봤어요. 부모님 계실 때 잘해주셔서요~" 오늘 찾아온 보호자를 내가 기억하는 이유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우리 병원에서 모셨어서 자주 방문해서 특별히 더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님은 치매셨고 아버님은 암환자셨는데, 어머님께서 아버님은 계속 찾으셔서 한 층에 같이 입원시켜서 매일 볼 수 있게 했었더랬다. 어머님이 다른 사람은 못 알아보시더라도 .. 2022. 7. 11. 야당일기_33 천국은 있다 코로나 시국에 여행도 제대로 못 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짝꿍과 해외를 다녀오게 되었다. 너무 오랜만의 비행기 탑승이다보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하였는데, 오고 가고 하는 내내 관광지에 온 어린아이처럼 비행기 창밖 구경을 하며 신비로운 하늘 세상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때마침 돌아오는 날에 계속적으로 우리 나라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많은 구름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하늘 밑에서는 비가 내릴지 언정 구름 위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정말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요양병원에 근무하다보니 당연하게도 임종하시는 많은 환자들을 보게 되고, 보호자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의사 들과 간호사들이 보호자에게 "고통없이 편하게 잘 가셨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물.. 2022. 6. 30. 야당일기_32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런 날이 있다. 임종하신 환자를 보내드리고, 위독하신 환자의 보호자들 면회를 진행해야 하고, 병동에 소형 산소를 갈아줘야 하고, 위독하진 또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 면회를 또 진행하고, 이 모든 것이 몇 시간 만에 몰려서 왔다. 나는 혼자인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일이 갑자기 몰리는 그런 날이 있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며 모든 업무를 끝내니 시원하면서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게 오늘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기쁜 일이던 나쁜 일이던 한번에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가 있다. 기쁜일이 몰려와 순간의 자만에 빠질 수도 있고 나쁜일이 몰려와 숨조차 쉬기 어려운 절망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날 하루만 사는 것이 아니다. 분명 시간은 지나가고 몰려왔던 일들도 언제 .. 2022. 5. 26. 야당일기_31 선물 뇌출혈로 입원하신지 3일 만에 임종하셨다. 입원할 때부터 이미 많이 안좋으셨던 분이라 어쩌면 3일도 오래 버티신 걸 수도 있었다. 환자분의 상태가 안좋아져서 보호자들께 연락을 드리고, 빠른 시간 안에 아드님이 먼저 오셔서 환자분의 마지막을 지키다가 보내드렸다. 그렇게 환자를 보내드린 후 대기실에서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잡고 다른 보호자를 기다리시더라. 잠시 후 도착한 어머니. 마지막 남편 모습을 보고 내려와 아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셨다. "어머니, 너무 슬퍼마세요. 오래 못갈꺼 알고 계셨잖아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저희들 고생하지 말라고 일찍 가신 거 같아요. 어쩌면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자고요" 다독이며 어머니를 위로해주는데, 듣고 있는 내가 찡한 .. 2022. 4. 12. 야당일기_30 너의 이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난 지 2년이 되었지만 사라지기는커녕 변이에 변이에 변이만 더 생겨나서 어느덧 하루 확진자의 숫자가 3만 5천 명을 넘기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300명이었을 때도 벌벌 떨며 조심하자고 했는데 3만 5천 명이라니... 조용해지는 그날이 오기나 할런지 희미하게라도 끝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국가에서 확진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라, 지역 병원들도 일부 동참하여 코로나 확진자들 관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 병원도 재택근무팀이라는 팀을 따로 만들어서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확진자 명단을 가지고 자택격리를 하는 환자들을 모니터링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나는 해당팀은 아니지만 주말 근무 시 조금이나마 도와주려고 환자 등록 같은 단순 업무를 좀 도와주게.. 2022. 2. 15. 야당일기_29 잘사는 방법 조용한 새벽에 한분이 임종하셨다. 평소처럼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보호자를 기다리며 서류 정리를 하는데, 입원하신 지 11년이 되신 분이었다. 11년이면 병원 개원과 거의 동시에 입원하신 건데, 말 그대로 장기 요양 입원 환자였던 것이다. 연세를 보니 88세. 88년 인생 중에 11년을 병원에 계셨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많은 생각들이 스치게 되었다. 내 인생이라면 어땠을까. 내가 사는 일생중 10년을 병원에서 있어야 한다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그것이 진정 삶의 일부라도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 것일까. 말도 안되는 급사나 사고사가 아닌 이상 많은 환자들은 임종하기 전에 중환자로 누워있다가 가신다. 눈을 뜨지 못해도, 말을 하지는 못해도 환자들은 잘 듣고, 정신도 있으신 분들이라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 2021. 12. 3. 야당일기_28 보호자의 결정 "203호 OOO님 상태가 안 좋으셔서 조금 이따 보호자 오실 거예요. 아마 다른 병원으로 가실 듯합니다. 진료의뢰서 나오면 발급해주시고 사설 엠뷸런스 좀 불러주세요." 중환자실에서 온 전화였다. 환자분의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야 할 상태인가 보다 싶어서 서류 발급 준비를 부지런히 하는 중이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혹시 엠뷸런스 연락하셨나요? 잠시 보류해주세요. 보호자 분이랑 얘기하고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다행히 보호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라 따로 엠뷸런스를 부르지 않았어서 다른 연락이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웬일인지 진료의뢰서도 바로 안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고 한참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내가 먼저 전화를 해서 진행 상황을 물어봤다. "보호자분께서 환.. 2021. 11. 22. 야당일기_27 로스트 메모리즈 비교적 한가롭게 근무 중이던 어느 때, 간병사 한분이 휴대폰을 들고 왔다. "601호 OOO환자 핸드폰인데요, 좀 이따 보호자분이 오셔서 핸드폰 찾으시면 전달 부탁드립니다." 면회는커녕 병실로 올라가는 것조차 통제하는 요즘 시기에 종종 보호자들에게 물건을 전달해주거나, 보호자들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을 갖다 주면 전달해주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휴대폰을 맡았다. 잠시 후, 한 노부인께서 오셨고 원무과로 찾아와서 OOO환자의 핸드폰이 여기 있냐며 찾으셨다. 그리고 핸드폰을 전해주는데 연신 죄송하다고 고생이 많으시다며 사과를 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대기실 한쪽에 자리 잡고 앉으셔서 한참을 휴대폰을 만지셨다. '핸드폰이 고장나서 봐주시러 오셨나' 휴대폰을 고친다는 느낌이기엔 어딘가 서투른 손.. 2021. 11. 2. 이전 1 2 3 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