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하신 환자의 차트가 내려와서 정리하는데 주민번호 20년대생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거의 한 세기를 살아오신 분이라 생각하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주변에 이만큼 장수하신 분이 흔치 않아서 더 눈에 들어왔던 거 같다.
잠시 후 연로하신 두 분이 오셨는데 보호자였다. 서류 확인차 신분증을 확인할 일이 있어서 보니 44년생. 환자 분의 자녀였다. 형제로 보이는 두 분은 어머니의 임종 순간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 하셨다. 나는 절차대로 사망진단서 작성을 위해 간단한 내용 확인 및 수납을 진행하였는데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평소보다 좀 더 신경 써서 보호자 분들을 대할 수밖에 없었다. 한 분은 청각도 좋지 않으셔서 형제가 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도 쉽지는 않았다.
잠시 후 보호자들의 상조회사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듯해 보였다. 잘 들리지 않는 청각과 마스크 때문에 정확하지 않게 들리는 발음 등의 이유로 전화 통화로 진행해야 하는 확인 절차들이 더디게 되는 것 같았다. 사실 이 분들도 밖에서 보면 도움이 필요한 보통의 어르신일 뿐인데 말이야.
그래서 내가 그 분들의 일일 아들이 되어드리기로 했다.
"아버님, 제가 직원이랑 통화해봐도 될까요?"
다행히 흔쾌히 전화기를 건네주셨고, 상조회사 직원과 필요한 확인 절차와 진행사항을 처리하고 보호자 분께 설명해드렸다. 나에겐 별거 아닌 상대방에게 사진 보내는 것도 누군가에겐 참 어려운 일이었더라. 나중에 상조회사 직원이 병원에 도착하여 환자분을 잘 모시고 갔는데, 보호자와 직원 양쪽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다. 별 거 아닌 작은 일로 뿌듯함을 느낀 하루였다.
당신의 할아버지도 누군가의 자식이다.
'민쓰의 야당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당일기_14 원한다면 보내드리리 (0) | 2021.06.30 |
---|---|
야당일기_13 5cm의 높이 (0) | 2021.06.16 |
야당일기_11 기저귀 (0) | 2021.06.09 |
야당일기_10 그 미소 (0) | 2021.06.03 |
야당일기_9 배움 (0) | 2021.05.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