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병원에는 옥상에 작은 정원이 있다. 환자들과 직원들을 위한 작은 휴식공간.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주고받는 환자들, 산책 겸 운동하러 나온 환자 및 간병사님들, 따뜻한 햇살이 그리워서 올라온 이들 등등 저녁시간이 되기 전까지 활기찬 곳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사 시기가 되면서 환자들은 아예 외부로 출입이 불가능하고, 간병사들도 기본적인 물품구매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바깥공기를 느낄 수 있는 옥상이 인기가 좋아졌다.
출퇴근하면서도 다른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나도 답답함을 느끼고 지낸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작은 이곳에만 있는 이들은 나보다 더 큰 답답함을 참으면서 지내고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올라가서 본 옥상의 풍경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좋았다. 환자나 간병사나 다들 표정이 좋고 즐거워 보였다. 반갑게 인사도 해주시고 가볍게 스트레칭도 하는 모습들이 언뜻 보면 동네 공원에 온 것처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환자복이고 간병사옷일 뿐. 바꿔서 생각하면 그분들에겐 이곳이 본인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의 공간인 곳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사람마다 각자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활동범위는 본인의 건강, 돈, 직업군 등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건강과 마음가짐이다. 활동범위라는 개념 중에 한정적으로 공간이라는 범주안에서 비교를 해보자면 어떤 사람은 세계를 일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우주까지도 가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만 하더라도 본인의 삶에 풍족하고 만족하며 살기도 한다. 단,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말하기 전에는 건강이라는 필수 조건이 있어야 한다.
다시 돌아와서 병원 이야기로 오면, 어떤 환자는 침상에만 누워 있어야하고 옆으로 돌아눕는 것조차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만 가능한 환자도 있고, 휠체어를 타고 옥상과 대기실까지만 움직일 수 있는 환자도 있고, 걸을 수 있어서 병원 앞에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환자도 있다.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환자에게는 병실 앞 복도까지만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목표일 수 있고, 휠체어 타는 환자는 걸어서 병원 밖에까지 나가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환자도 빨리 퇴원해서 가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옥상에 있던 환자들은 그러한 상황들을 잘 알기에 넓지 않은 옥상정원이라는 공간에도 모두가 즐거워 보였던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마치 내 기준이 전부인 것처럼 작은 옥상에 있는 그들이 답답해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작은 옥상이 다른 누군가에겐 소우주가 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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