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한 분이 임종하셨다. 그가 우리 병원에 있던 기간은 단 3일.
보호자분이 도착했고, 환자의 마지막을 보시고 내려왔다. 보호자는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
환자가 처음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임종하신 오늘까지 총 입원 기간이 한달이 안되었다고 한다. 나이가 좀 있으시긴 했지만 그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 이렇게 금방 돌아가실지 예상을 못했다고 하셨다. 어디 장례식장으로 모셔야 할지 이다음에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보호자는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운 장례식장으로 환자를 모시고 갔다.
요양 병원 특성상 삶의 마지막에 가까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있기에 많은 보호자들은 항상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보호자들은 환자가 임종을 하시더라도 생각보다 차분하고 평소처럼 업무 처리도 해주시고 미리 알아봐두었던 곳으로 모시고 간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환자를 보내는 보호자들은 다르다.
이런 이야기가 분명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전까지 잘 연락하고 지내던 지인이 갑자기 사고가 난다면 어떨까? 아니면 반대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면? 내 주변 가족 친구들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은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이 언제인지는 알지 못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이 생각난다. 평범한 일상이라 느끼는 하루하루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한 번이라도 더 연락해보게 된다. 사실 항상 매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주위 사람들과 아웅다웅 다투지도 않을 텐데, 마음가짐이 오래가지 못하는 게 함정이다. 그래도 잠시라도 좋은 것만 나누기도 모자란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오랜만에 핸드폰을 들어 부모님께 연락해본다.
"별일 없으시죠? 그냥 오랜만에 연락 한번 해봤어요"
'민쓰의 야당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당일기_22 옥상정원 (0) | 2021.08.08 |
---|---|
야당일기_21 전달자 (2) | 2021.07.28 |
야당일기_19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래 (요양병원 면회) (0) | 2021.07.16 |
야당일기_18 요양병원 입원 상담하기 (0) | 2021.07.12 |
야당일기_17 요양병원의 입원목적_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 (part.2) (2) | 2021.07.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