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세요,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근무 중에 어느 노인께서 찾아오셨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아내가 여기 입원 중인데 어제부터 핸드폰으로 연락이 안 되네요. 무슨 일 있는지 걱정돼서 와봤어요."
가끔 환자분들과 연락이 안되서 궁금하거나 걱정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고 환자분의 성함 확인해서 해당층 간호사와 연락을 하였다.
"연락이 안되실 때는 보통 배터리가 충전이 안돼서 꺼져있거나, 무음으로 바뀌어서 전화 온 줄 모르셨을 가능성이 크니깐 제가 가서 확인하고 보호자분께 전화하시라고 전달드릴게요"
간호사님의 내용을 보호자분께 전달드리니, 그럼 잠시 기다리겠다고 하셔서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병실에 아무 제재 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아예 면회 통제를 하고 있어서 보호자의 걱정되는 그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2~3분쯤 흘렀을까. 보호자의 폰으로 울리는 벨소리. 보호자가 받으셨다. 보통은 대게 첫 대화가 '여보 무슨 일이야, 괜찮아?'부터 시작할 줄 알았는데, 보호자의 첫 대화는 달랐다.
"여보 화 풀어. 그런다고 전화를 안 받으면 되나, 가족들은 전화 안받으면 얼마나 걱정한다고."
그렇다. 사실은 보호자 분과 환자분이 다투셨던 것이었고, 환자분은 기분이 상해서 그냥 일부러 전화를 안 받고 계신 거였다. 마치 여느 일반 연인들 연애할 때랑 똑같았다.
"여보 전화가 안돼서 지금 병원 1층까지 와서 직원분한테 부탁한 거야. XXX말은 듣지도 말고 기분 상할 필요도 없으니깐 연락 잘 받아줘. 다른 건 괜찮지?"
보호자분이 직접 병원까지 오셨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금방 두 분의 통화는 온화하고 다정하게 바뀌었다. 얼마의 통화 뒤 보호자는 편안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돌아가셨다.
솔직히 나는 어딘가 속은 기분도 들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결말을 직관한 거 같아서 내심 내 기분도 좋았다. 부부싸움이란 저런 것이구나. 자연스럽게 잘 다독여주고 금방 풀리고 하는 거구나.
우리 병원에 입원하신 지 이제 거의 한 달 되어가시는 분인데 얼른 쾌차해서 다시 남편분과 함께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님의 화 풀어주는 기술에 감탄합니다.'
부부싸움은 항상 칼로 물 베기였으면 좋겠다. 면회 통제에도 가릴 수 없는 부부의 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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